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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과학도 인문도 잘 모르는 남자의 독서

by 찌노오 2023. 10. 2.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저자 : 유시민
출판 : 돌베개
발매 : 2023.06.

 

학부생 시절 관광자원해설론에서 배운 내용을 떠올려보면 '자원해설사는 방문객에게 호기심의 불씨를 제공하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의 의미는 자원해설이란 해설이 본질이라기 보다는 방문객이 해당 관광자원에 몰입하고 더 나은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 역시 그런 맥락이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과학과 담 쌓고 지낸 문과의 시선에서 어떻게 하면 흥미를 심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쓴 책이다.

후기에도 나오지만 주제의 배치 또한 이런 부분을 고려했다고 한다.


6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인문학과 과학

리처드 파인만의 '거만한 바보'라는 말을 인용해 스스로를 성찰하는 내용이다.

이와 동시에 이 책을 펼치는 대부분의 독자에 던지는 불씨다.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이 챕터를 읽어보면 좀 더 확실하게 불씨를 넘겨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뇌과학

개인적으로 최고의 챕터이자, 이 내용에 속아 끝까지 완주하게 만든 장본이다.

요 근래에 뇌과학이라는 분야는 근대의 물리학이나 화학만큼 친근한 학문(이해가 아니라 관심)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챕터가 가장 먼저 나온 이유는 가장 인문학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한다. 

 

이 챕터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마지막 '자유의지'라는 소주제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인데 '전향'이라 정의하는 이 행위의 원인을 자아에 의한 자유의지보다는 뇌의 자연스런 생존활동으로 본다. 그러니까 나의 신체의 물리적 변화나 호르몬의 변화로 이러한 판단이 내려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과거 독재에 맞서 싸운 민주열사, 아니 그럴 필요까지 없겠다. 기득권의 불합리함을 지적하고 사회를 변화하고 싶은 청년이 있다.  이 청년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 가족을 비롯해 지킬 것이 많아지고, 나의 신체의 변화로 불확실한 것보다는 안정적인 것을 찾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보수적인 사람으로 바뀐다. 

 

그럼 이 사람은 자아에 의해 보수화된 것일까? 이 사람은 일관성 없다라고 평가받아야 할까? 이 청년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이 질문들을 뇌과학을 통해 대답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의지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고 있고 이는 내 생각과 비슷했다.

 

 

나의 자유의지는 누가 만드나?

세 번째, 생물학

생물학은 사회철학과 연관지어 서술한다.

익숙한 전개라 이해는 쉬웠지만 크게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네 번째, 화학

환원주의논쟁에 대해 다루는 소주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앞부분의 원소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재밌게 읽었다. 지구과학, 생물은 고등학교 문과에도 포함된 과목이었지만, 화학은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모든 내용이 생소하면서 흥미로웠다. 그 덕분에 원소 관련 서적을 두 권이나 사버렸다.

 

다섯 번째, 물리학

물리학 중 천문학으로 분류되는 내용들이 주요 주제다.

평소에 교양수준으로 관심있게 봤던 내용들이라 익숙했는데 유튜브로 대부분 소비했던 주제다보니 글로보니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엔 엔트로피의 개념을 들고와 인간이 아닌 우주의 시간에서 바라보는 호모사피엔스의 찰나를 대조한다.

중간에 읽다 포기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여섯 번째, 수학

모든 과학의 시작은 수학임을 다시 한 번 짚어주는 챕터다.

그리고 천재, 신계의 소속이라는 표현을 통해 진리에 가장 가까운 이들을 추켜세운다. 여기서는 시대를 대표하는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인문학과 연결 짓는다.

 

마치며

나는 유시민 작가보다 문과로 보나, 과학으로 보나 나은 점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용 자체는 재밌었던 부분이 많았으나, 책의 구성에 있어서 뭔가 산만한 느낌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 책을 시작으로 과학 교양서에 관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다면 그것만으로 족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찾아보니 책에서 소개된 참고도서가 79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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